[단편 이야기] 초휴의 여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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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ed October 2020 in Arirang
미동부시각 2020년 10월 2일 | 울티마 온라인 팀

새로운 단편 이야기, 초휴의 여식을 소개합니다. 검은 관문에 앞서 이에 관련한 이야기를 한 번 읽어보세요!

초휴의 여식


숲 속 길은 수십 년간 자란 울창한 수풀로 덮여 있었지만, 집과 정원은 수년 간 그대로였다. 반짝이는 요정들이 돌아다니며 안에 잠든 여성의 집을 정돈하며 수리하고 있었다. 예언자 페넘브라는 40년 동안 이 성소에 칩거하고 있었다.

몇몇 요정들이 날개를 퍼덕이며 성기사에게 다가와 그를 쳐다보았다. 듀프레는 쇠로 된 검을 칼집에서 꺼내 조심스레 땅에 내려놓았다. 그의 선한 의도를 알아차렸는지 요정들은 제자리로 돌아가 꽃에 작은 수정 항아리에서 물을 주기 시작했다.

집으로 들어가는 출입문에서 듀프레는 나무로 된 모형 수집품을 발견했다. 수집품들 몇 개를 살펴보니 아기, 나비, 남성, 해골이 보였다. 퍼즐은 예언자의 보호 장치였다. 페넘브라의 친족은 그에게 퍼즐의 해답이 각 방문자들이 가진 삶의 이야기에 따라 다르다고 말해주었다.

듀프레는 자신의 아버지를 떠올리게 하는 모형을 발견했다. 나무 청둥오리는 어린 시절 기르던 애완동물같았다. 짙은 자주색으로 염색된 술잔은 성기사로써의 삶을 나타내는 것만 같았다. 해골은 주오나와의 싸움과 트린식이 함락되던 날 밤을 떠올리게 했지만, 반대로 장난감 공성무기는 도시를 되찾았을 때를 기억하게 해주었다. 마지막으로 왕관은 그가 당파 전쟁 이후 섬겼던 왕들과 여왕들을 떠올리게 했다. 듀프레가 모형들을 한 줄로 문지방에 두자 문이 열렸다.

그가 집으로 들어서자 촛불에 스스로 불이 붙었다. 공기는 마법에 의해 정체되어 여전히 부자연스럽긴 했다. 듀프레는 페넘브라가 내실 중앙에 있는 돌탁자에 있는 걸 보았다. 그녀는 오랫동안 잠들어 있었지만, 나이가 들어보이지 않았다. 듀프레가 배운대로 네 개의 검은바위 조각을 그녀 주위에 두자, 방 안에 시간이 흐르기 시작했다.

페넘브라가 눈을 뜨고 그를 향해 웃으며 말했다.

"듀프레님, 만나서 반가워요. 재앙을 일으키는 기념물들을 파괴하셨군요. 감사해요. 그 셋은 마치 늑대마냥 제 잠을 거슬리게 했답니다. 제가 깨있었다면 제 정신과 영혼을 먹잇감으로 삼았겠지요."

페넘브라가 앉아서 듀프레의 얼굴을 살펴보았다.

"성기사님, 당신의 얼굴에서 고통과 슬픔이 보이네요. 밤새 순찰자 왕께서 이미 승하하신 모양이군요? 제가 늦잠을 잔 셈이로군요. 당신은 제게 예언을 구하러 오셨고요."

듀프레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무슨 일이 벌어질 지 알아야겠소."

페넘브라가 눈을 감았다.

"지난 몇 년동안 저는 같은 꿈을 계속해서 꿨어요. 이 세계에서 당신의 시간은 끝나려 하고 있죠. 이를 거스를 수는 없어요. 허나, 다른 이들을 구할 순 있죠. 한밤의 문은 완전히 열려선 안돼요. 파멸과 어둠이 그 문을 넘어오는 게 보여요. 황혼이 질 때 전투를 준비하셔야 해요."

"내가 어찌해야 하오?"

"세 가지가 당신께 달려 있어요. 흑요석보다 어둡고 악마들이 숭배하는 검을 구하는 일. 기계공의 유령을 위해 여덟 징표의 미덕의 영혼을 찾는 일. 그 뒤엔 많은 이를 파멸로 이끌 거짓된 드루이드를 쫓는 일. 하지만 그가 관문의 보상을 훔치게 해선 안돼요."

듀프레는 조용히 페넘브라가 한 말을 곱씹었다.

페넘브라가 듀프레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서둘러야 해요, 성기사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요..."

******

바틀린은 고용한 밀수꾼들이 상자를 열고 지푸라기 속에 숨겨진 검은 받침대를 보았다. 그는 웃으며 물건이 맞다는 걸 확인하고 배의 함장에게 동전 꾸러미를 던져줬다. 해적들이 떠나자 동지회 일꾼들이 조심히 상자에서 유물을 꺼내 수레에 실었고, 지면에서 쓰레기와 먼지를 치우기 시작했다.

바틀린이 유물 표면에 새겨진 룬문자를 손으로 훑다가 "오르트" 룬에서 멈췄다.

"이걸 다른 것들에 맞춰 새겨주게."

광신도 중 하나가 물었다.

"여덟 정렬에 초점을 맞추는데 필요한 줄은 이미 완성된 줄 알았습니다. 이 아홉 번째 줄의 의미가 무엇입니까?"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체물을 준비해야 한다. 우린 실패해선 안돼. 그대의 형제를 믿거라."

일꾼은 납득한 듯 보였다. 유물 표면에 새로운 룬문자를 새긴 뒤, 일꾼들은 의식 장소로 수레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목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로 거리가 멀어지자, 바틀린은 작게 중얼거렸다.

"마지막 줄은 나만을 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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